유년 시절이 무척 유쾌했을 것 같은데요.
음악과 영화, 패션 그리고 서브 컬처에 푹 빠져 살았어요. 그러나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못난 열등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다행히 저는 열등감을 동력 삼아 자란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도 터무니없지만 아름다운 꿈을 가진 피터팬처럼 소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침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합니다. 보통은 9시면 기상하는 편이지만 일정이 없는 날엔 늦잠을 자기도 해요. 이불을 정리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해요. 전 집에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걸 호사라고 여기죠. 그래서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대략 천장 정도 모은 바이닐 중에서 그날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걸 고르고, 감상하다 보면 하루가 정말 금방 가요. 책장엔 아트북과 매거진을 가득 쌓아 두었는데, 틈틈이 꺼내보기도 하고요. 말이 거창하긴 하지만, 제가 주로 작업하는 기획의 영감은 여기서 주로 출발하곤 하죠.
‘프리랜스 디렉터’라는 직업인으로서 도시에서 활동한다는 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뭐든 빠르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요? 드물게 월간지가 많은 도시라는 건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렇게 밤새 일하는 게 당연한 도시라서 그렇기도 하고, 새롭지 않으면 당장 대체해버리는 사람이 모인 도시이기에, 늘 새롭고 다른 걸 찾는 에디터에겐 유리하지 않나 해요. 신선한 걸 찾는 건 곧 에디터의 직무이기도 하니까요.
만약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디가 어울릴까요?
반드시 파리여야 해요. 제가 서울 다음으로 잘 아는 도시거든요. 20대 초반에 첫 집은 반드시 파리에 사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아마 그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동경해서 그런 것 같아요. 파리 또한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글로벌한 도시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반대로 건축을 비롯한 역사를 보존하는 방식도 근사하고요.